탤런트 김현주씨의 어릴적 사진이 내 손에 들어온 건 우리나라가 월드컵 열기로 뜨거웠던 2002년이었다. 당시 나는 IT 솔루션 회사인 M회사에서 근무 중이었는데, 같은 층에 I회사가 있었다. 서초구의 한 건물에 같은 층에 같은 보안키를 사용하며 유리문으로 사무실이 구분되어 있었으며, 두 회사는 한 회사에서 분리된 형태의 회사들이었다. 이 회사를 지금 인터넷 포털에서 검색하면 웹페이지는 찾을 수 없고 당시의 신문 뉴스에서만 신세대 문화포털 회사라고 소개되어 있다. 내가 M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당시 닷컴붐을 탄 I회사는 공중파 텔레비전 시사 프로그램에도 소개될 만큼 더 유명하고 혁신적인 이미지를 가진 회사였다.
그러나 이 회사가 2002년에 폐업 혹은 사업 축소를 하면서 사무실을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대부분의 물건은 폐기 처분했겠지만, 일부 특히 연예인 사진을 옆에 있던 M회사 직원들에게 나눠가지라고 전해주었다. 거의 한 박스에 종이 봉투로 나눠진 사진이 많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인기 있었던 탤런트와 가수들 사진이 대부분이었다. 그 사진들은 당시에 코팅해서 책받침이나 책갈피로 쓰일 만한 사진들이 대부분이었고 혹은 영화나 드라마 촬영 중에 찍은 사진인 듯한 프로필 사진들이 많았다.
그당시 인기 있던 걸그룹 사진 외에는 특별히 관심이 가는 사진이 없었는데, 유독 전문 사진작가가 최근에 찍은 사진이 아닌 듯한 사진들이 있었다. 그 사진들이 탤런트 김현주씨의 사진과 가수 이효리씨의 사진이다. 당시에 그 사진을 집었을 때부터 본인들에게는 분명 의미있는 사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몇몇 다른 사진들과 함께 집으로 가져왔다. 그때 직원들이 가져가지 않은 사진들은 다 쓰레기로 버려졌음에 분명하다.
나의 이전 블로그에도 썼지만, 김현주씨의 사진을 본인에게 전달하려는 시도를 했으나 그게 쉽지 않았다. 소속사 홈페이지를 통해 전해주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나 그냥 갖고 있으라는 답변만 받았고, 이후 블로그를 보고 n포털의 쪽지를 통해서도 매니저라는 분이 연락을 했으나, 전달에 대해서는 나중에 팬미팅 같은 행사가 있으면 연락할테니 그때 받겠다는 말만 있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냥 갖고 있었다.
이후 난 서울에서만 두번의 이사를 했고, 이후 서울 밖으로 이사 나왔다가 미국으로 갔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지금까지 두번의 거주지 이동이 있었다. 사실 내 물건 중에도 이사를 하는 도중에 잃어버리거나 망가지거나 컨테이너 박스에 들어 있다가 없어진 것 등 지금 어딨는지 모르는 것들이 많다. 그런데 운좋게도 이사진은 남아 있었다. 그만큼 알게 모르게 소중하게 챙겼었던 것 같다. 어느 보관 서비스에라도 맡겨 놨었다면 12년반 동안의 보관료만도 엄청날 것 같다. 지금은 그만큼의 나의 관심과 노력이 들어간 물건들이 되어 버렸다.
내 바람은 내가 가지고 있는 사진들이 원래 주인에게 온전히 돌아가고 그 사진이 기억하고 있는 사람을 기뻐하게 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게 쉽지는 않은가 보다. 세상이 그만큼 험악하고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인 걸까? 아니면 이 사진이 그만한 가치는 없는 것일까?
김현주, 이효리 어렸을 적 사진